◆ 시칠리아와 에트나 화산 ‘눈 덮인 산의 불꽃’신비한 장관
에트나산을 시칠리아인들은 ‘몬지벨로(Mongibello)’라고 부른다. 라틴어와 아랍어가 섞인 말 ‘Mons-Gebel’에서 비롯된 말로 ‘산들 중 가장 큰 산’이란 뜻이다.
에트나산은 활화산으로 지질학적으로 ‘방출화산’이다. 하와이의 킬라우에아(Kilauea)산과 같은 종류인 에트나산은 깊은 잠을 못자고 1~2년에 한 번씩 분출하기 때문에 가스가 별로 없으며 인간에게 피할 시간을 주므로 다행히 ‘비교적’ 위험하지 않다. 지질학자들은 에트나산을 ‘착한 화산’ 이라고 한다.
물론 화산과 동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 또 에트나가 폭발해 삽시간에 용암으로 케이블카의 각주(角柱)와 관광호텔 두 곳 그리고 숲까지 덮어버리고 유리알처럼 따가운 검은 재를 온동네에 뿌렸다. 연이은 지진 때문에 많은 집들이 무너져 2000여명이 정부가 마련해준 텐트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면서도 주민들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절망’이 아닌 ‘단념’의 표정이었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에트나산이 없이는 못 산다. 용암은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농민들은 오히려 에트나산 가까이 살고 싶어했다.
“에트나는 우리 삶의 한 부분” 혹은 “화산과 같이 살면 당하게 마련”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비상사태가 끝나는 즉시 다시 마을에 들어가 무너진 집을 세울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태어났고 여기서 죽고 싶다”면서 “몇천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화산과 같이 살았는데 왜 우리가 살 수 없는가?” 하고 신에게 기도할 뿐이다.
에트나는 땅을 흔드는 거인이다. ‘산들의 제왕’, 그리스 신화에 따라 ‘불의 신의 집’이며 기독교인들에겐 ‘지옥의 입구’다. 에트나는 미움이고 사랑이고 삶이며 죽음이다. 스키장으로도 유명해서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이곳, 흰 눈으로 덮인 에트나가 휘황찬란한 불꽃을 뿜어대면 정말 신비하고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에트나는 자연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어 인간의 작은 마음을 일깨워준다. 이 때문에 시칠리아인들은 에트나산을 말없이 지켜본다. 에트나산은 언제든지 인간의 오만과 자만을 처벌하고 사소한 일에 중독되는 인간에게 일침을 가한다. 에트나산을 ‘좋은 선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하느님이 한 천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인간에게 잘해주고 싶어. 지구에 가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고 오너라.” 천사는 지구에 갔다가 “인간이 어디서나 잘 살고 있으니 필요한 것이 없다”고 보고했지만 하느님은 그래도 무언가 선물을 주고 싶어 왕관에서 가장 아름답고 비싼 보석을 뽑아 지구로 던졌다. 보석은 바다에 추락하자마자 아름다운 섬이 되었다. 보석을 따라잡으려던 천사는 그 신비한 땅을 보고 정신을 잃었다. 천사는 꿈속에서 살다가 에트나산이 무서운 천둥 번개와 같은 소리를 치는 것을 보고 바삐 하늘로 올라갔다. 이 섬이 바로 시칠리아섬이다.
지중해의 가장 큰 섬, 시칠리아. 면적이 2만5700㎢(제주도의 14배)로 섬인지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맑은 바닷물과 햇볕 잘 드는 해변부터 안개가 자주 끼는 높은 산까지 경치도 다양하다. 전략적ㆍ지리적으로 시칠리아는 예부터 한반도처럼 중요한 거점이었다. 페니키아, 그리스, 아랍,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모두 시칠리아를 지배했었다. 그래서 오늘날 시칠리아에는 100가지 피와 지혜를 가진 100개의 민족이 섞여 있다.
시칠리아라면 가장 먼저 마피아를 떠올리겠지만 이곳은 무엇보다도 이탈리아 문학의 출발점이다. 루이지 피란델로와 살바토레 콰지모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둘이나 배출했을 정도다. 기원전 5~4세기 로마가 조그마한 마을일 때 시칠리아는 문명의 꽃을 피웠다. 그리스 시인들은 시칠리아의 찬란한 문화를 칭송했다. 9~13세기에 시칠리아는 왕국이었다. 수도 팔레르모(Palermo)는 런던, 로마, 파리보다도 더 컸다. 당시 팔레르모에는 모스크가 300여개 있었는데 모두 순금으로 장식돼 있었다. 팔레르모는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문화의 도시로 유럽 각지에서 학자와 학생들이 몰렸다.
14세기에 남이탈리아를 지배하고 있던 스페인 사람들이 수도를 팔레르모에서 나폴리로 옮겼지만 시칠리아의 문화는 건재했다. 독일 작가 괴테는 시칠리아의 신비한 경치와 유물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고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표현했다.
오늘날 ‘지중해의 보석’ 시칠리아는 다시 떠오르고 있다. 오랜 문화의 전통, 화려한 유물들, 온화한 기후, 아름다운 자연 덕분에 시칠리아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마우리찌오 리오또 이탈리아 나폴리 동양학대학교 한국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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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일드 2007/11/21 0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필명과 도메인이 이 화산에서 비롯된 것인가 보군요 ^^